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PEF썰전]

입력 2023-08-09 10:25   수정 2023-08-11 10:19

이 기사는 08월 09일 10: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E는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고 그 계획은 투자검토와 실사 단계에서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밸류크리에이션 플랜(Value Creation Plan: VCP)라고 부르기도 하고 블루프린팅(Blueprinting)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더 평범하게 포트폴리오 관리계획이라고 부르는데 각각 명칭은 달라도 그 목적은 동일합니다.

저희에게 새로운 투자건을 소개하는 분들은 UCK가 어떤 회사를 인수해서 이것 저것만 바꾸면 기업가치가 확 올라갈것이다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예를 들어 인수해서 다른것 없이 그동안 지출되던 오너관련 비용만 싹 없애도 좋은 투자가 될것이라던지, 회사가 지금 제품력에 비해서 마케팅을 잘못하는데 인수한 후에 브랜딩만 잘하면 된다던지, UCK의 해외네크워크를 활용해서 미국이나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면 대박이 날거라던지 하는 주장을 합니다. 저는 그런말을 들을때면 마음속으로 그런 단순한 솔루션으로 5년동안 복리로 25% 수익을 낼수 있다면 누가 PE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동시에 저 분들이 UCK의 능력에 대하여 과대평가 하는것 아닌가, 이전에 회사에서 하지 못했다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텐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대주주가 된다면 무슨 능력으로 그런 어려운 일들을 해낼수 있는건가에 대한 반문을 합니다.

UCK는 새로운 투자건을 검토할때면 실사때부터 늘 VCP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 그때 팀원들로부터 현재 회사에는 이런 저런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인수 이후에 이런 저런 활동으로 변화를 주면 회사가 좋아질것이고 기업가치를 높일수 있을것이라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출점을 가속화 한다던지, 마케팅을 강화한다던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다던지, 구매비용이나 판관비나 R&D비용을 절감한다던지,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던지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옵니다.

그럴때 저는 저희 팀원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때(UCK 투자 이전)는 왜 틀렸고 그럼 지금(UCK 투자 이후)은 왜 맞는거냐고? 여기서 말하는 맞고 틀림의 판단 기준은 물론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깊게 쪼개고 들어가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야합니다.

그때는 왜 틀렸나?
○ 그때는 왜 안된건가? 안한건가 못한건가?
○ 안했으면 왜 안했고 못했으면 왜 못했나?
○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진짜 문제인가? 내 생각이 틀리지는 않는가?

지금은 왜 맞나?
○ 하던 것을 바꾸거나 안하던 것을 새로 하게 되면 어떤 트레이드오프가 있는가?
○ 못하던 것을 되게 만들려면 어떤 투자가 필요하고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 우리가 대주주가 되면 왜 이전에는 안되던 것들이 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으려면 VCP상의 주요 항목들이 아래 유형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여러 유형들 중 복수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만일 내가 수립한 VCP가 아래 유형들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거나 해당사항이 불분명하다면 아직 내 고민이 충분히 깊지 않거나 VCP가 허구에 가깝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합니다.
1. 그때: 무엇이 맞고 틀린지 몰라서 안했다 → 지금: 회사 정책 변경 및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
과거에는 추구하는 목표가 달랐거나 무엇이 맞는것인지 잘 몰라서 잘안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기존 대주주가 회사의 외형을 가장 중요시해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매출 성장 위주의 경영을 해왔다던지, 엔지니어 출신 오너가 동종업계 최신/최고의 설비를 갖춘 회사가 가장 가치가 높은 회사라는 개인적 신념과 기계에 대한 욕심으로 과도한 Capex(시설투자)를 투자해와서 높은 EBITDA에도 불구하고 현금전환율이 매우 낮다던지, 회사 소유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면 회사의 기업가치도 같이 올라간다고 착각하고 오너가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투자하지 않고 업무용 부동산 매입에 대부분의 가용 자금을 투자해왔던 것 등이 좋은 예입니다. 또한 오너의 경영철학과 과거의 안좋은 경험으로부터의 트라우마로 인하여 레버리지와 부채 사용을 거의 죄악시해서 회사에 풍부한 담보와 현금흐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필요한 차입조차 하지 않고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도 이 경우에 해당이 됩니다.

이런 경우는 대주주가 바뀐 이후에 회사의 정책이나 전략적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기업가치 개선에 촛점을 맞추어 변경하고 조정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일전 칼럼에서 여러번 다뤘던 거버넌스 아비트라지에 해당됩니다. 만일 이런 상황이라면 PE입장에서는 기업가치 개선 가능성이 높은 좋은 기회가 됩니다.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심할 부분은 과거의 문제점이 정책적인 결정으로 하지 않은 것인지, 조직 역량이 안되서 못한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매도인과 매각주관사는 매각가치 극대화라는 명확한 목적과 의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얘기할때는 회사에 큰 업사이드가 있는데 과거에 노력했는데도 실현이 안된것이 아니라 할수 있는데도 안했기 때문에 안된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알고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2. 그때: 뭐가 맞는지 알았어도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 지금: 인센티브 얼라인먼트
회사의 경영진이 굳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할 이유가 없었던 경우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회사의 임직원들은 기업가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본인이 대주주이거나 아니면 이상주의자입니다. 실제로 어떤 회사이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오너나 대주주도 그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장회사인데 경영을 하고 있는 대주주의 지분이 아주 낮거나 추후에 지분 매각 이벤트도 마땅치 않은 경우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돌아오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이 무의미합니다. 게다가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굳이 노력해서 주가를 높일 인센티브가 더욱 없겠지요. 하물며 오너들도 기업가치와는 연관 없는 경영을 하는데 전문경영인 CEO입장에서는 지분이나 스톡옵션 등 기업가치와 연동된 인센티브가 있지 않은 이상 굳이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경영보다는 큰 사고를 내지 않는 동시에 조직에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하면서 CEO로서 장기 집권을 하는 것에 신경과 시간을 쓰고 몰입할 수 밖에 없는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런 경우는 기업가치(더 정확히 말하면 투자자의 엑싯가치)와 경영진을 포함한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인센티브를 얼라인 시킴으로서 기업가치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위의 1번 상황과 마찬가지로 PE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가치 창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문제의 본질이 경영진들의 역량인지 인센티브 불일치인지를 세밀하게 살피고 궤뚫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그때: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 지금: 인재 투입, 시스템/설비 투자, 비즈니스 네트워크 제공
무얼 하면 될지도 알고 의지도 있었지만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경우입니다. 조직의 역량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PE가 투자 이후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VCP에 그동안 회사에서 잘하지 못했던 온라인 사업을 강화 한다던지, 수출을 활성 한다던지, 구매선을 다변화 한다던지, 신규 사업을 런칭 한다던지 하는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위에 언급한 1번과 2번 상황보다 난이도가 훨씬 더 높습니다. 인력과 시스템과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이를테면 대기업의, 경영 환경에 익숙한 신임 경영진이나 PE투자팀 직원, 또는 경영 컨설턴트 시각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개선할 것 같겠지만 막상 중견기업 상황에서는 실행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PE가 회사를 인수하여 이전에 안되던 일을 되게 만들려면 회사의 역량을 근원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1) 인재를 충원하거나, (2) 시스템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3)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근원적인 변화를 추진할 경우 비용 투입 대비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차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재무실적이 악화됨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4. 그때: 알고 보니 그때가 맞았다 → 지금: 투자 이후에도 현재 상황 유지
회사의 개선할 점과 투자 이후에 회사를 변화시키고자 수립한 방향성이 알고보면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얼핏 보면 이상해 보이고 문제인것 같지만 알고 보면 회사가 그렇게 해온데에는 이유가 있었고 제약조건 하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해서 잘하고 있었던 것이죠. PE투자팀이 깊게 고민하지 않고 단편적인 분석이나 조사에 근거하여 잘못된 해석을 하거나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회사의 상황을 모르고 던지는 일반론적인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아닌 부분을 문제로 오인하거나 실행이 어려운 과제들을 쉽게 될수 있다고 오판하게 됩니다. 특히 고객 서베이나 인터뷰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잘 해석해야 합니다. 고객들의 목소리와 의견은 사업실사(Commercial Due Diligence: CDD)의 매우 중요한 인풋이 되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회사에 적용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B2B사업을 하는 A사에 대한 실사 과정에서 고객 인터뷰을 했는데 어떤 고객사가 “A사가 영업을 더 열심히 하고 교육이나 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잘 제공해주면 충분히 구매 물량을 늘릴 의사가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PE사의 투자팀 직원이 그 의견을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서 우리가 투자한 이후에 영업과 서비스 조직을 확충하면 손쉽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순진하고 위험한 접근입니다. 그 고객은 사실 A사로 벤더를 교체하거나 A사 제품의 구매물량을 늘릴 의사가 없지만 현재 벤더를 견제하기 위해서 또는 A사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얻어내고 비용을 전가하기 위해서 그런 커멘트를 했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현재 A사의 영업 정책이 투입 자원 대비 효율면에서는 회사 입장에서는 최적의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게 됩니다.

과거에 F&B 프랜차이즈 B사 투자를 검토하면서 UCK팀에서 자체적으로 약식 고객 서베이를 진행했었습니다. 서베이 결과 고객들이 B사의 점포가 대로변에 있지 않고 후면 도로에 있다던지 1층에 있지 않고 2층에 있기 때문에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그 서베이 결과를 근거로 우리가 투자한 이후에 점포를 메인상권이나 건물 1층에 중점적으로 출점함으로써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여 매출을 성장시키겠다는 아이디어가 VCP의 주요 아이템으로 대두되었습니다. 그 회사가 점포를 대로변 1층에 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깊게 고찰하지 않고 단편적인 정보에 의거해서 과거의 관행이 틀리다고 판단을 내렸던 것인데요.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후면도로나 2층 점포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반면, 임대료/보증금 부담을 줄여서 점포의 BEP매출을 낮추고 수익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출점 가능한 입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점주의 투자회수 기간을 짧게하여 가맹점주 모집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져도 점포를 찾아오는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고 핵심적인 대표 메뉴가 있는 브랜드에게는 좋은 출점 전략입니다. 결국 내부 논의끝에 애초에 상정한 VCP를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만일 우리가 회사의 사업모델과 전략에 대한 입체적인 고찰 없이 단순하고 1차원적인 논리로 회사의 출점 전략을 바꿨다면 비용만 늘어나고 회사 고유의 차별화 포인트와 사업모델이 망가지는 우를 범하게 되었을겁니다. 오히려 그때가 맞았고 지금이 틀릴뻔 했습니다.
정리
PE가 바이아웃 이후에 VCP를 수립함에 있어서 지금 내 생각이 맞고 그때가 틀렸다고 얘기하려면 반드시 다음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야합니다. 그때는 (1) 몰라서 안한것인지, (2) 하기 싫어서 안한것인지, (3) 하고 싶은데 못한것인지, 아니면 (4) 그때가 맞고 지금 내 생각이 틀린것인지를요. 그리고 그 원인에서 출발해서 맞춤 솔루션을 내야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